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갑자기 외로워질때면 정말로 미치겠다.
갑자기 당신이 생각나고 그 때가 그리워진다.
그 때의 그 감정들과 그 때의 그 소소한 모든 것.
오랜만에 비가 온다.
정말로 오랜만이다.
그래서 더 오래된 내 감정들을 이끌어내는 것 같다.
외로움과 서러움.
그리고 서늘함까지.
외로움이 외로움 그 자체로 남았으면 좋겠다.
외로움이 괴로움이 되는 건 싫다.
외롭다는 건,
대체 무엇에 대한 것이지.
어디로부터 누구로부터 혹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 감정인가.
아마도,
아주 오래된 기억으로부터
아주 오래된 아픔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.
그러나 이 외로움은 무엇이나 누군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.
인간으로서의 그 자체의 외로움인 것이다.
계속해서 느껴왔던 뿌리속 외로움.
뼈속깊이 새겨져 왔고 내려져 온 외로움.
외로움 그 자체.
감정이 뒤죽박죽일 때엔 왠지 울고 싶어진다.
바보. 내책임이면서, 해야할 것들을 하지 않음에 따른 감정의 변화이면서.
빗소리.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. 굳어지고 갈라진 땅이 비로 인해 하나가 되는 소리.
이어지고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는. 그러나 나의 틈새는 여전.
다섯시간 뒤엔 또 허리 아픈 고속버스를 타야 한다.
휴.
비가 오면 명화 언니가 생각난다.
비 오는 날 죽은 것도 아닌데,
이상하게 비 오는 날이면 이따금씩.
자꾸 생각나.
언니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던 다짐.
잊지 않았어.
비가 오면 잊어야 할 것들도 생각나.
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들도 생각나.
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될거라고 생각해.
언니 때처럼 울지 않을 수 있길 바라고,
그 죽음에 얽매여 나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.
그냥 그랬으면 좋겠다.
왠지 오늘의 난 강물에 엄마를 흘려 보낸 청개구리의 느낌이다.
난 그저 지나가는 글자들을 잡아다 옮겨 놓은 것 뿐.
대체 무슨 소린지 나도 모르겠어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