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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살이나 되었을까?
처음으로 죽을 뻔 했다.
어찌보면 원하지 않는 애였을 나-
부모의 고통과 두려움, 허무와 분노..
부끄러움과 우울함..
그럼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던 때에
나는 생겼고 태어났다.
나는 분노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났어야 할 인생.
엉망으로 살다가 가는게 맞았을지도 모른다.
늘 내 머리속에서 명령하던 것들은
누군가를 파괴할뿐 아니라
나 자신을 엉망으로 만들어갔다.
그럼에도 이 생명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
그럼에도 이 호흡이 더러운 것은 아닐 거라고
10살
나는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다
아무런 도움도 안되는..
12살
두번째로 죽음에 직면했다.
“쟤도 죽겠네”라는 꺼림칙한 유치원생의 목소리
13살
죽으라던 그들의 목소리
하나이자 둘이던 그 잔인한 목소리
대낮에 홀렸다
15살
수없는 죽음을 경험하기 시작했다
제대로 잠을 취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..
중2병이었을까?
내 머리속을 휘젓던 어둡고 어줍잖은 생각들은
그 이후로 줄곧 나는 나와 싸워야했다
나를 죽이고자한 무리들은 끊임없이 내게
너는 죽어야만 한다고 외쳐댔고
넌 쓸모없는 쓰레기같은 존재라 나를 인식하게 했다
내 대인관계는 엉망이었다
나라는 쓸모없는 존재가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-
모든 관계들이 그 끝은 파국으로
내가 원하던 이들은 모두 멀어져가고..
그리고 20살
그 이후로 나의 삶은 모든 것이 뒤바뀌었고
내가 살 의미가 이유가 목적이 계획이 있음을 알았다
그러자 그 무리들은 이제 나를 더욱 숨막히게 했다
말 그대로 호흡이 잘 안되서 그 와중에 토악질까지 해야하니 바닥에 그대로 나뒹굴다 의식이 희미해져갈 때쯤
그들은 나를 놔주어야만 했다
25살까지
매년 두세차례 죽음을 경험하고도 죽지 않았다
아, 죽지 않는구나
진짜 죽을만큼 아팠는데
숨이 안 쉬어져 의식이 희미해져갔어도
결국에는 살아남더라 죽지 않더라
그리고 이제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던 모든 것들로부터
자유해졌음을-
더이상 나는 죽을 때까지 죽지 않을 것임을-
아직 내게 살아야할 이유가 해야할 일들이 있음을..
20대에 80대의 심장으로 살아가던 내게
끊임없이 건강해지도록 만들어주시는 것은-
결국 내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이지
살아서 그것도 건강해져서 지난날 아무것도 못한 슬픔과
우울이 부러울맘큼 뼈빠지게 일해야 할 날이 있다는거지
결국 살아있다는 것은
살아남았다는 것은
산다는 것은
그 자체로 승리한 것임을
내가 원하던 인연들은 인연이 아니었고
쌩뚱맞은 네가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고있지
너는 내 가족이자 돌봐야하는 어린이이자
사랑스러운 병아리
죽지 않았다는 것은
결국 승리했다는 것이며
그것은 죽음을 준비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
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-
쓸데 없는 미소와
헤픈 고맙단 소리.
실없는 얘기들과
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하루.
그거면 충분하다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