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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EART
하루 하루 있었던 일들!
2012. 11. 8. 목

 

 

 

수능이구나.

이맘때면 추억에 잠긴다.

그 때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상기시킨다.

 

벌써 5년전 일.

 

내 모든 것을 다해 깨뜨리고 싶었던 것이 있다.

나 자신과,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.

 

얼마나 왔나.

깨뜨렸나?

 

숨이 멎을 것 같던 나날들을 보내고,

수능이란 관문앞에 섰던 그날.

 

'아,

이게 아니구나.

내게 필요한 건 이게 아니구나.

 

내게 필요한 건 성적도 대학도 아니구나.

 

난 살고 싶다.

살아보고 싶고 살아가고 싶다.

 

내 끝이 어떠할지라도 내가 나를 지켜보고 싶다.

모든 걸 다시 시작하자.'라고..

 

 

상처는 아물고 고통은 줄어들었다.

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.

행복하다.

 

 

 

그러나 여전히 내 안의 것들을 깨뜨리지 못해서

제대로 시작되고 있는 일들이 없는 것 같다.

 

나는 아빠의 인생을 뒤밟아 가고 있다.

아니, 있었다.

 

너무 닮아서 힘들다.

차라리 성격까지 완전히 닮았더라면 맘 편했을 것을 하하..

 

 

깨뜨리고 싶다.

한 번 산산조각 났던 적이 있는데,

그건 내 안의 것들을 깨뜨리지 못했다.

내가 버려야할 것을 오히려 움켜쥐게 만들었고,

더 겁먹게 만들었지.

 

그래도

어찌 되었건,

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.

 

 

 

사실은 이미 조금씩 변하고 있는 걸 느낀다.

 

마치 무언가에 의해,

잠시 내 열정을 가둬두고 있는 느낌이다.

 

터져 나오려는 걸 막고,

새어 나오려는 걸 꾸겨넣고..

 

조용히 조금씩 차분히.

나아가고 있었지 않을까.

 

아직 때가 아니여서 주춤하고 있는걸까.

 

 

 

 

난 한가지에 미쳐 매달리는 게 좋다.

그 생각 하나로 가득차서 즐겁고 신나는게 좋다.

나를 그토록 사로잡고 매료시킬 무언가.

 

 

 

어젠 향이랑 혜란언니가 알바하는 카페가서 잔뜩 먹었다:)

혜란언니 너무 재밌다 ㅋㅋㅋ 내 스톼일임 ㅋㅋㅋ

향도 재밌는데 ㅋㅋㅋ 귀여움 ㅋㅋㅋ

오랜만에 집에 늦게 왔다.

그리고 오늘 아침에 엄청 뻗었음.

하..

 

 

수능.

중2때부터 봐온 아이들이 어느새 고3.

내년엔 청년부에 올라오는데,

나는 그 전에 이사갈까.

그 이후에 갈까.

어쨌든 이젠 보기 어렵겠군.

 

 

매년 이맘때부터 당신을 기억하며

당신에게 다짐했듯,

당신의 남은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.

 

그땐 나도 어렸고,

아직 나도 잘 모를때여서.

 

당신이 얼마나 힘든지,

당신이 얼마나 아픈지.

그리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..

아무것도 몰라서..

나도 막 커가고 있었으니까..

 

 

 

 

당신이 살아 있다면 지금 함께 많은 이야기와

많은 일들을 함께 했었을거라고.

 

당신에게 좀 더 많은 웃음을 주고 싶었는데,

좀 더 많이 웃게 하고 싶었고,

이 곳에서의 좋은 추억들과 좋은 기억들 많이 갖도록 하고 싶었는데.

 

그 날의 그 불안한 느낌이 여전히 생생해서.

그렇게 가버리면,

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데.

조금만 더 살아주지.

 

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주지.

말해도 못 알아먹은 내 잘못이지만.

그래도 조금만 더 살아주지.

 

세상은 아직 이토록 아름답고 아픈데.

그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건데.

 

아름답고 행복하고 웃을 일도 잔뜩 있는데,

당신은 왜 그걸 보지 않고 가버렸는지.

 

당신의 그 끝이 궁금하진 않았는지..

 

 

 

 

 

그저 살아만,

살아만 주길.

 

누구든지 살아가주길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다들 당신 때문에 내가 어떻게라도 될까봐,

감시하듯 나를 불러내고 지켜보고 했는데.

난 눈물도 나지 않았어.

 

그냥 화가 났을 뿐이지.

무언가에 당신이 진 것 같은 그 느낌이 싫었어.

 

그런데,

당신의 가족들이 흐느끼는 걸 보니까.

그게 참 마음 아프더라.

 

 

 

당신이 살아 있었다는 걸 잊지 않을께.

내게 많은 것을 주고 간 것도 잊지 않을께.

 

그리고 당신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,

그리고 살아가지 못한 모든 몫까지 내가 더 열심히 살게.

 

당신의 가족을 위해

매년 기도할께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누구든지 제발.

살아만 있어다오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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